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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제철 해산물 (13) - 서해안 : 민어
    제철 해산물 2022. 6. 13. 22:56

    1. 개요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야행성입니다. 몸길이는 성체가 되면 최고 60센티미터에서 9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입니다.
    조선시대 문헌 기록으로는 원래는 대가리에서 이석이 난다고 하여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라 하고, 그중에서도  개체를 면어(鮸魚)라 불렀는데, 면어라는 명칭을 백성은 '민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면'과 '민'이 소리가 비슷하므로 한자어 명칭이 잘못 전파되어 정착하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름 유래가 무엇이든 간에 민어는 백성(民)의 물고기(漁)라 하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조선시대 때부터 지위고하 막론하고 숱한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제철 해산물은 맞습니다.

    2. 민어의 생태
    민어는 주로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합니다. 이동 경로에 걸쳐있기에 남해에서도 제법 잡히지만, 동해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자산어보에서도 '서쪽과 남쪽 바다에만 민어가 있다'라 서술했을 정도입니다. 번식기는 대략 6월에서 9월까지입니다.
    참조기처럼 민어도 부레를 이용하여 마치 개구리처럼 울음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민어는 산란기가 되면 제주도 근해에 있다가 서해 쪽으로 올라오는데 이에 맞추어 어부들은 보통 6월에서 8월 사이에 민어 조업을 합니다. 민어는 몰려다니면서 군체를 이루는데 바닷속에 굵은 봉을 꽂고 귀를 대보면 산란을 앞둔 민어 군체가 근처에 있을 경우 개구리나 두꺼비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손질이 길고 성질도 급한 편이라 살아있는 민어는 정말 보기 드뭅니다. 보통 낚시로 해도 올라오면 죽는 일이 허다하기에 일반적인 조업으로 잡은 민어는 선어입니다.

    3. 민어의 진정한 제철은 언제인가.
    민어는 연중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산란을 준비하는 중복, 말복 전, 그러니까 6월과 7월을 제철로 꼽습니다. 농어와 마찬가지입니다. 8월까지도 제철로 보지만 말복이 지난 8월 말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이때까지 잡히지 않은 민어는 산란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듭니다.
    민어 산란기는 8월 말에서 9월이며, 이때 암컷 민어는 알배기이거나 이미 산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때문에 이때 민어는 산란하지 않는 수컷이 낫습니다.
    산란을 마친 민어는 월동을 위하여 제주도, 가거도 근해와 같은 따뜻한 남해로 가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상하여 전라남도 고흥, 진도를 거쳐 목포, 신안, 군산까지 서해안으로 옵니다.
    민어가 근대화 이후 현지인이나 일부 알고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고 대략 이름만 아는 생선으로 격하된 적도 있지만, 매스컴의 홍보로 인해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과거처럼 인기 높은 보양 생선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때 아니면 먹기 힘들기 때문에 고급 생선 대접을 받습니다.
    다만, 이러한 풍조가 민어의 남획과 유사 어종을 속여 파는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어찌 보면 민어라고 하여 보양식이라 할 정도로 특출난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그러한 유행이 형성되고 먹거리 수요를 일으키면 결국 한 철 금싸라기 장사로 취급하여 조업 어선과 어획량이 꾸준히 늘어나거나 속여 파는 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민어의 최대의 문제점은 남획과 이로 인한 어획량 감소, 그리고 유사 어종을 계속 속여 파는 사례입니다.

    4. 민어와 유사 어종 구별방법
    요즘 국내에서 민어도 양식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사실 양식 민어는 민어라 하기에 곤란합니다. 기본적으로 민어는 깊은 해역에서 서식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적응을 못 하고 부레가 부풀거나 해서 금방 죽기에 진짜 민어는 거의 다 선어 처리를 해서 들여옵니다. 양식 민어라 팔리는 건 점성어, 큰민어, 그리고 이 둘보다 조금 늦게 시장에 풀린 꼬마민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어회를 취급하는 식당에서 민어목의 점성어를 민어라고 속여서 파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 민어와 점성어는 가격만으로 비교해도 확연히 가치가 다릅니다.
    최근에는 점성어와 민어 구별법이 많이 알려지자 대량 양식이 가능한, 그렇지만 민어와 이름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어종인 중국산 '큰민어'를 자연산 민어로 속여서 파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점성어는 점을 본다든지 하는 육안 구별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이쪽은 민어와 매우 닮아 속기 매우 쉽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며 몸길이가 이름처럼 최대 2미터까지도 자라는 큰민어는 일본에서도 큰민어(오오니베)라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도 직역하여 부르다 보니 국립수산과학원에도 정식으로 큰민어로 등록되어 불리고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와 큰민어의 구별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머리를 보는 것입니다. 자연산 민어는 이마에서 코까지 이어지는 선이 곧지만, 큰민어는 곡선입니다. 둘째, 몸통을 보면 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는 무늬 없는 깔끔한 은회색에 붉은 지느러미이고, 큰민어는 전체적으로 옅은 노란색 빛깔을 띱니다. 결정적으로 셋째, 큰민어는 몸통 중앙에 어두운 반점이 아가미부터 꼬리지느러미까지 이어집니다. 자연산 민어와 제일 큰 차이점입니다.
    이런 모양새보다 훨씬 쉽게 구분할 방법이라면 활어가 있냐 없냐입니다. 점성어, 큰민어는 활어 상태로 보는 게 가능합니다. 정말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힌 민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깊은 바다에 사느라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적응 못하고 바로 죽고, 성질이 급하여 활어 상태로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민어를 활어라고 판다면 그것은 점성어나 큰민어라고 보아야 합니다. 꼬마민어라면 민어 수요를 메꾸기 위해 탕용으로 토막을 쳐 팔리고는 합니다. 결국 꼬마민어와 민어는 둘 다 활어 상태로 볼 수 없지만 진짜 민어는 값을 저렴하게 낼 수 없는 어종이며, 민어를 탕감으로 싸게 내놓는다면 그것은 꼬마민어일 확률이 높습니다.
    2010년대부터는 인도에서 수입한 염장 냉동 새끼민어가 시중에서 '민어 굴비'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는데, 조기와 민어는 같은 민어과라 생김새가 비슷하기는 합니다. 조기같이 작은 민어를 조기와 같은 방법으로 염장하고 끈으로 엮어서 팔기 때문에 겉보기로는 굴비와 비슷하면서 맛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굴비보다 값이 싼 대신 국산/중국산 굴비에 비해 비늘이 매우 크고 억세어서 잘 벗겨내지 않으면 먹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점이 큰 단점입니다. 민어라고 위장되어 팔리는 고기들(점성어, 큰민어, 꼬마민어)은 고기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민어보다 가격과 맛이 분명 떨어지는 저급임에도 불구하고 민어로 팔아 폭리를 취하는 상인의 태도가 정말로 큰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5. 먹거리로써의 민어
    예전부터 민어는 복달임 음식으로 여름에 많이 먹었는데, 19세기 말에 간행된 '시의전서'에 따르면 민어 껍질을 벗겨 살을 저며 가늘게 썰어 기름을 발라 접시에 담고 장을 식성대로 쓴다고 적혀있습니다.
    민어는 여러 가지 용도로 인기가 있는 대표적인 흰살생선으로 회는 물론 전, 매운탕, 구이 등등 어떤 식으로 요리해도 좋은 맛을 내는 생선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수라상에도 올라갔고, 양반가에서는 필수적인 여름 보양식 재료로 애용하였습니다.
    민어는 살이 단단하고 크게 자라는 어종이라 잔가시가 적어 먹기 편합니다. 숙성해도 감칠맛이 오르기에 활어회로도 숙성 회로도 맛있습니다. 활어는 단단하면서 쫄깃한, 그런데도 질기지 않은 식감이고, 숙성 선어는 은근히 차지고 단맛을 자랑합니다. 덩치가 크다 보니 살코기 이외에도 등살, 뱃살, 꼬릿살, 특수부위를 따로 즐길 수 있고, 살점에 붙어나온 잔가시는 잘게 다져 뼈 다진 양념으로도 활용합니다.
    무엇보다 민어에서 최고의 별미는 살보다는 부레라고 해야겠습니다. 겉은 지방으로 덮여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고, 안으로는 부레 특유의 식감인 쫀득함이 씹는 맛을 배가합니다. 민어는 다른 어종에 비하여 유난히 부레가 발달하여 부레가 특미로 여겨지는 유일한 생선입니다. 민어 부레 회는 주로 기름장에 찍어서 먹으면 맛나고, 전통음식 중에는 민어의 부레를 이용한 순대가 있기도 합니다.
    첨언하면 민어 부레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젤라틴 성분을 추출해 만든 아교를 '어교'라고 부르는데, 접착 후 굳고 나서 단단하기만 한 다른 동물성 아교와 다르게 유연성까지 있어 전통 각궁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오늘날 각궁의 필요성이나 소요는 옛날보다 줄었지만, 먹, 나전칠기,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가구에서 민어 아교를 쓴 것이 최상품으로 치기 때문에 민어 부레로 만든 아교 여전히 비싸고 선호되는 재료입니다.
    민어 대가리와 뼈에서는 매우 감칠맛 있는 국물이 우러나는데, 거의 소나 돼지 같은 육상 포유류의 뼈를 고아내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뽀얗고 진한 육수가 나옵니다. 그래서 민어탕은 거의 곰탕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바닷고기 중에 이 정도로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종류는 그나마 참돔 빼고는 흔치 않습니다. 단점은 그만큼 식으면 비린내가 난다는 점이나, 이는 비린내를 잡는 향신채인 파와 마늘을 넣고 끓이면 없앨 수 있는 정도입니다.
    민어 살은 무르고 부드러우며 수분이 많습니다. 수분이 많다 하여 질척하거나 퍼석거리는 느낌은 아니고 숙성도에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감칠맛과 특유의 향을 냅니다. 이러한 이유로 민어는 어차피 활어로 잡지도 못하지만, 선어가 압도적으로 맛있습니다. 만약 회를 활어 특유의 쫄깃하고 차진 식감으로만 즐기려 한다면 절대로 진가를 느끼지 못하는 생선이 민어입니다. 생선을 활어회로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면 민어 선어회는 그저 비싸고 맛없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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