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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철 해산물 (16) - 서해안/남해안 : 밴댕이제철 해산물 2022. 6. 15. 22:49
1. 개요
밴댕이, 또는 디포리라고 부르는 생선은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청어, 전어, 준치, 정어리와 같은 과입니다.
주로 연안 또는 만 안쪽의 모랫바닥에 주로 서식하고, 강 하구 부근까지 올라가 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를 중심으로 남해안 일부에서까지 볼 수 있고, 일본 북해도 이남,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합니다. 산란기는 6월에서 7월로 부유성 알을 낳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수심이 얕은 만이나 하구 근처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수심 20미터에서 50미터 정도의 연안, 만 중앙부로 이동하여 월동하고, 담수의 영향을 받는 하구 부근에 나타납니다. 육식성이며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를 무척 좋아하여 주식으로 삼아 먹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에서는 전어나 청어에 비하면 다소 밀리는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생선도 아닌 조연 같은 존재입니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른 생선이기도 합니다. 남해안에서는 말린 밴댕이를 '뒤포리', '띠포리'라고도 부르기도 하며, 서울, 경인 지방에서는 말린 밴댕이는 '디포리'라 부릅니다. 반면에 전라남도에서는 말린 것, 안 말린 것 가리지 않고 '디포리'라고 부릅니다.
2. 밴댕이의 특징
밴댕이 몸통은 약간 가늘고 길면서, 두께는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합니다. 몸통 빛깔은 등 쪽은 청록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띱니다. 몸통 길이는 약 15센티미터까지도 성장합니다.
몸통 크기에서도 보이듯이 바닷물고기 중에는 작은 편에 속하며, 그물에 끌려 올라가면 마구 날뛰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제풀에 바로 죽기에 고집이 세고 속이 좁아 잘 토라지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밴댕이 소갈머리(혹은 소갈딱지) 같다' 하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관용구가 나올 정도로 밴댕이가 잡아 올리면 금방 죽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밴댕이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그 순간부터 몸통 바깥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산화(부패)가 진행됩니다. 즉, 금방 죽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자기 몸이 산채로 썩어가기 때문인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밴댕이를 회로 즐기려면 산지에서 최대한 빨리 먹어야 탈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무더운 날에는 회를 친 지 30여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사람에 따라서는 가벼운 배탈을 유발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산화(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니 조심하여야 합니다.
아가미뚜껑 가장자리에는 돌기 2개가 있습니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돌출되었고, 아가리에는 작은 이빨이 한 줄 나 있습니다. 배 부분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모비늘이 많이 있습니다. 꼬리지느러미 뒷가장자리는 검지 않고, 등 지느러미는 몸통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아래에 배지느러미가 있습니다. 뒷지느러미는 몸통 뒤쪽에 위치하며, 꼬리지느러미는 깊게 팼습니다. 비늘은 둥근 형태로 크고 떨어지기 쉽습니다. 아가리는 거의 수직으로 위쪽을 향해 놨습니다.
3. 밴댕이와 유사한 생선, 반지
한편, 강화도와 인천 일대에서는 밴댕이와 무척 비슷하게 생긴 반지라는 생선을 밴댕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육수용으로 쓸 밴댕이나 반지 모두 디포리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지는 밴댕이와 함께 학술적으로 청어목에 속하는 어류이기는 하지만 청어과가 아니라 멸칫과에 속하는 바닷고기입니다. 몸통 길이는 밴댕이보다 조금 긴 20센티미터 정도이며, 우리나라 서해안과 서태평양, 인도양 연안에 서식합니다.
반지와 밴댕이는 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반지는 위턱이 아래턱보다 깁니다. 밴댕이는 정반대로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고 입이 위쪽으로 열려있기에 반지와 구별됩니다.
사실 인천 연안부두, 강화도 외포나 후포 등지에서 밴댕이라 하여 내놓는 생선요리는 밴댕이가 아니라 반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반지와 밴댕이를 따로 구분하기보다는 모두 싸잡아서 밴댕이, 디포리, 고노리, 송어, 빈지럭 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소어(蘇魚)’를 밴댕이와 반지로 함께 풀이할 정도입니다.
지역마다 일상에서는 밴댕이와 반지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어종처럼 부르거나 하지만, 밴댕이와 반지는 각각 표준이름이 엄밀히 구분되는 물고기이며, 반지는 학명으로 Setipinna taty, 밴댕이 학명은 Sardinella zunasi Bleeker입니다. 결국 반지와 밴댕이는 청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라 완전히 관계가 먼 것은 아니지만, 각각 과는 청어과, 멸칫과로 엄연히 구분되는 만큼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어종입니다.
4. 먹거리로써의 밴댕이
밴댕이(더 폭넓게 보아서 반지를 포함)는 오뉴월, 즉, 음력으로 5월에서 7월 여름이 제철입니다. 옹진반도, 강화도, 김포, 신안 등 서해안 일대, 그리고 남해안 서쪽 일대로 그물로 잡습니다. 밴댕이는 작은 새우를 좋아하다 보니 젓새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도 함께 잡히기도 하는데, 이 무렵 그물에는 밴댕이 외에 황석어, 꽃게, 병어, 새우 등이 섞여 들어오고는 합니다.
밴댕이는 워낙 작다 보니 한 마리에 회 한 점이라고도 합니다.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좌우로 칼질해 한 점으로 떠내는데, 오롯이 한 마리를 통째로 먹습니다. 신선한 밴댕이 회는 식감이 부드럽고 단백질의 단맛과 감칠맛이 같이 돕니다. 갓 잡은 신선한 밴댕이는 초고추장에 버무려 회무침이나 회덮밥, 술안주로도 요리할 수 있습니다.
밴댕이는 멸치처럼 말려서 국물을 내는 데 흔히 쓰이는, 육수용 해산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멸치 육수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라면, 밴댕이 육수는 보다 묵직하며 고소한 맛이 납니다.
소금을 쳐서 구워 먹기도 하는데, 같은 과인 전어와 그 향과 맛이 흡사합니다.
밴댕이 내장은 다른 생선보다도 유독 쓴맛이 강해서 잘못 손짓하거나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국물 요리로 만들면 쓴맛이 모든 맛을 눌러버리기에 취향에 따라 구이가 아닌 이상에는 탕국에서는 밴댕이 내장은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역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한데, 주요 산지인 인천, 강화도 같은 경인 지방 서해안에서는 밴댕이를 회뿐만 아니라 무침, 구이, 튀김, 완자탕까지 다양하게 한 상을 차려내며, 전라남도 목포, 영광, 신안 등지에서는 회보다 젓갈을 담아 즐긴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밴댕이는 말리고 가공하면 그 쓸모가 다양한데다, 신선하기만 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먹어도 맛나게 즐길 생선이라 조선시대 때부터도 상당히 인기 있던 생선입니다. 조선시대 당시 경기도 안산에는 '사옹원'이라 하여 궁중음식을 맡아 보던 관아와 함께 ‘소어소’를 두고 밴댕이를 왕실에 공급했을 정도입니다.
옛 기록을 보면 광해군 시기에는 오뉴월 밴댕이가 풍족해 보리밥과 함께 쌈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난중일기'를 통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께 보낸 생선 중에 밴댕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우야담'에 수록된 김인복의 이야기에도 상추에 흰 쌀과 된장, 기름장 발라 구운 밴댕이를 싸서 먹는 묘사를 해서 덩달아 입을 벌린 선비의 갓끈을 끊어지게 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난호어목지’에는 ‘소어'(밴댕이)는 인천과 강화에서 가장 번성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잡자마자 부패한다고 할 정도로 선도가 금세 떨어지기에 빠른 시간에 먹지 않으면 비린내가 강해져 선도 관리가 무척 중요합니다. 밴댕이는 어부조차도 살아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잡자마자 금방 죽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제철에 산지가 아니면 회로는 먹기 곤란합니다. 인천과 강화도 밴댕이 회가 주목을 받았던 것도 그나마 가까운 서울, 경기도 지방의 많은 사람이 찾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냉장과 운반시설 발달로 그 외의 타지에도 원한다면 밴댕이를 공급할 수 있지만, 신선한 밴댕이는 점차 수요 대비 어획량이 줄어들어 산지에서 소비할 양조차도 부족하다 합니다.'제철 해산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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